5월 20일 부활 제6주간 토요일
이방인들은 신의 이름을 거듭 부르면, 신을 조종하여 바라는 바를 얻을 수
있다고 믿었습니다.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“내 이름으로 아버지께 청하는 것은
무엇이든지 그분께서 주실 것이다.” 하신 말씀은, 그러한 뜻이 아닙니다. ‘예
수님의 이름으로’ 청하는 것은 오직 아버지의 뜻만 생각하신 ‘예수님의 생각
과 마음으로’ 기도하는 것입니다. 하느님 앞에서 내 뜻만 고집하기보다 먼저
그분의 뜻을 찾고 나의 의지가 뜻에 일치되기를 청하는 이에게 하느님께
서는 가장 좋은 선물인 성령을 주십니다. 그 성령께서 오늘 복음에서 말하
는 충만한 기쁨, 이해와 깨달음, 아버지의 사랑을 주십니다. 우리가 주님의
이름으로 아버지께 청하여야 할 것은 무엇보다 성령입니다.
예수님께서는 십자가 죽음으로 아버지의 사랑과 구원 의지를 결정적으
로 계시하십니다. 그리고 이제는 우리가 성령을 통하여 아버지께 직접 청하
고 사랑과 기쁨을 받아 누리게 하여 주십니다. 제1독서에서 아폴로는 예수
님을 증언한 탁월한 교가였지만 요한의 세례만 아는 이, 곧 성령의 세례를
알지 못하는 사람이었습니다. 그러나 그는 프리스칼라와 아퀼라로 말미암
아 성령을 알게 되고, 마침내 바오로가 “나는 심고 아폴로는 물을 주었습니
다.”(1코린 3.6)라고 말할 정도로 하느님의 소중한 일꾼이 되었습니다.
문득 ‘내가 하느님께 무엇을 간절히 청한 때가 언제였던가?’ 하는 생각이
들 때면, 아버지께 필요한 은총과 성령을 청하는 자녀의 삶으로 서둘러 돌
아갑시다. “하늘에 계신 아버지께서야 당신께 청하는 이들에게 성령을 얼마
나 더 잘 주시겠느냐?”(루카 11.13) ⊕
- 매일 미사 오늘의 묵상 필사 -